장점과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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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과 단점. 이것은 평생 화두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이것처럼 허망한 개념도 없다. 원래 장·단의 구분 자체가 매우 상대적인 것이기도 하거니와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그 자체로서 큰 의미가 없다. 살다 보면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하고, 또한 단점은 어느덧 장점으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영학에선 죽어라 약점을 보완해왔는데도 경쟁력은 더 떨어지는 것을 ‘경쟁의 역설(Competition Paradox)’이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인들이 평생 속고 사는 것이 “당신은 그 단점만 고치면 최고다”라는 말이다. 특히 ‘전 과목 평균’이란 해괴한 제도를 유지해온 이 나라에선 어느 한 분야에 매우 뛰어난 천재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힘든 구조다.

# 단점 개선의 유혹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살면서 주위에서 끝없이 단점을 지적받고 고칠 것을 권유받고 있다. 일견 그럴듯하게 들리지만이건 죽도 밥도 안되는 지름길이다. 단점개선이란 이름의 화려한(?) 유혹에 이끌려 이것저것 보강 인생을 살다 보면 어느덧 얼치기 중간급으로 전락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하루 빨리 “죽이냐 밥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그것이 바로 ‘포기와 집중’의 힘이다. 선택이란 곧 고난도의 포기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막힌 우화도 있다. 오리는 하늘을 날고 싶었다. 다른 새들이 날지도 못하는 게 새냐고 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행학교에 등록했다. 거기서 ‘나무 오르기’, ‘달리기’, ‘높이뛰기’ 등 여러 과목을 열심히 공부하고 배웠다. 그런데 졸업할 때가 되자 수영하는 법을 잊어 버렸다.

# 사례 연구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유단취장(有短取長), 이 말은 조선 후기 실학자로 유명한 성호(星湖) 이익 선생이 강조한 것으로 단점이 있어도 그 속에 있는 장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우리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최대의 단점이라 꼽는다. 그러나 해외 스타트업들은 오히려 이런 한국의 빠르고 신속한 스피드 경영이 최대 강점이라고 이구동성이다. 어느 싱가폴 유력기업의 법인장은 “한국인들은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다음 날 시제품 도안이 올 정도로 열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K-방산의 인기도 한국식 빨리빨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고도의 첨단 무기를 다른 경쟁국에 비해 2~3년 내에 공급 완료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며, 거기에 A/S와 기술이전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이점도 추가되고 있다는 거다.

대학원 수강신청도 좋은 사례다. 요즘 대학원에는 소위 가방끈이 짧아 아쉬움을 겪어온 늦깎이 학생들도 많다. 그들 중에는 이미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장이나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그들이 하는 수강신청은 대부분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 분야 과목을 신청한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이야기다. 그런데 뷔페식이 별로이듯이, 자신의 부족함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이것저것 수강하고 나면 얼마 안 가 졸업이 다가온다. 김치찌개 하나는 끝내주는 식당 전략이 훨씬 더 효과적이란 사실은 졸업한 이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횟집에서도 고수는 모듬회는 시키지 않는 법이다. 결국 그동안 살아오면서 자신이 가장 관심 있고 잘해온 분야를 파고들어 다른 사람이 엄두를 못 낼 수준으로 비약할 수 있는 값비싼 기회를 무난하게 날리고 있는 것이다.

# 잘하는 것, 더 잘하기

한편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것이 반드시 있다. 더불어 이미 과학적으로밝혀진 사실은 “노력은 재능을 이길 수 없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심리학자, 랜달 햄록 (R. Hamrock)에 따르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닌 한 가지 공통점은 자신의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하나같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Do what you love)”고 말한다. 특히 스티브 잡스는 이 점을 가장 강조한 사람이다. 일본의 야구 천재, 오타니는 본인의 재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능력이라고 답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면 잘하는 일이 된다. 요컨대, 내 장점을 극대화해서 남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게 만들어야겠다는 깨달음이 중요하다. 이건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도 마찬가지다. 결국 내가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는 것이야말로 전략론의 핵심이며 내 인생의 유레카적 발견이다.

이 교수는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로 최근 출시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지문(Thinkprint)』 저자이자 초대형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 작가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