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짧고 강렬하고 자극적일 때 도파민이 나올까?
도파민 정상화, 만족의 충분함을 느껴보자!
분명 숏폼 영상 10분만 보고 자려 했는데, 어느덧 1시간이 훌쩍 지났을 때가 있다. 요즘 많은 이들이 겪는 경험일 테다. 휙휙 넘어가는 재미있고 짧은 영상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거북목을 쭉 빼고 빠져 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까? 걱정이 커지는 만큼 자극적인 영상들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마음은 더욱 커져만 간다. 이번 호에서는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한 영상, 음식, 활동을 할 때 쾌락감을 느끼게 해주는 도파민의 여러 얼굴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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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천국이다. 짧고 흥미진진한 동영상 콘텐츠인 숏폼 영상들,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드라마 소재들, 눈에 띄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꾸며져 소비를 돋우는 팝업 스토어들 등 요즘 대세는 순간적으로 강한 쾌감과 흥분을 일으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중독성이 있어 끊기가 어려운 콘텐츠다. 이런 특성을 주는 콘텐츠들을 접하면 기쁨을 주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많이 분비된다고 알려져 있다.

도파민을 지속적으로 쫓는다는 의미에서 나온 새로운 합성어인 도파밍(Dopamine+Farming: 도파민을 많이 나오게끔 하는 자극적인 것들을 찾아서 수집한다는 뜻), 도파민 디톡스(도파민을 과하게 추구하는 중독적인 행동을 줄인다는 뜻의 용어) 등의 신조어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만 봐도 현 문화의 트렌드가 도파민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들이 자기 몸만큼이나 소중히 여기는 스마트폰이 있다.

# 새로운 자극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자극 추구 성향의 사람들

도파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에 대한 이야기는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다뤄왔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극 추구 성향이란 이름으로 개념화한다. 자극 추구 성향은 타고난 기질적인 요인이다.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은 사람은 새롭고 재미있는 활동 즉, 잠재적인 보상 단서를 접하면 매력을 느끼면서 행동과 감정이 활성화되기 쉽다. 이들은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활동들을 선호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그만큼 감정적으로도 쉽게 흥분하고 열광하는 편이다.

그럼 자극 추구 성향이 낮은 사람들은 어떨까? 이들은 자극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새로운 자극이 그리 편하지 않아서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편이며, 단조로운 자극을 지루해하지 않아 절제된 생활방식을 가진 경우가 많다. 자극 추구 성향이 높든 낮든 각자의 특성과 매력이 분명한데, 아무래도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보상에 민감하므로 도파민 추구 활동에 더 반응을 격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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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파민 디톡스? 그렇다고 도파민을 아예 없애면 안 된다

호흡이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과하게 노출되다 보니 집중력도 없어지고 감정 변화도 심해지는 것 같아 요즘 ‘도파민 디톡스’를 하겠다는 이들이 많다. 의미 있는 시도다. 그렇지만 도파민을 아예 모조리 없애는 것은 불가능한 말이다. 도파민은 우리의 동력원이자 활력을 유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도파민을 분비하는 활동을 찾아서 하되 과도하게 자극적이고 쾌락 추구적인 활동을 통해서만 추구하지는 말자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 도파민 정상화를 위해서

숏폼 영상을 보지 않고,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막장 드라마를 보지 않고도 어떻게 도파민을 내뿜을 수 있을까? 도파민은 계획한 일을 실행했을 때, 노력과 끈기가 필요한 일을 끝냈을 때도 분비된다. 그런데 몇 개월에 걸쳐 힘든 일을 다 끝내도 왜 하나도 기쁘지 않은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뇌에게 도파민을 분비하라는 명령을 아직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파민이 제대로 분출되기 위해서는 행복을 예상하고, 알아차리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 일을 여기까지 끝내고 나면 난 뿌듯할 테다”는 예고를 던져줘야 뇌에서 도파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더불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기기를 차단하고 하루 30분의 시간을 꼭 보내기를 권한다. 밥 먹을 때는 밥만 먹고, 운동할 때는 운동만 하자. 그래야 운동이라는 단독 활동에도 도파민 분비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음악회, 영화관에서 영화관람, 사우나, 수영 등 1시간 이상 스마트 기기를 볼 수 없는 여가 활동은 더없이 좋다. 흥미와 더불어 아주 약간의 지루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반강제적인 시간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TV를 바보상자라 부르며 하루 종일 TV만 보는 것을 걱정하던 때도 있었다. 새롭게 등장하는 콘텐츠의 특성에 맞춰 진화하는 도파민을 누려보자.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