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1st Pen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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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면 우선 뒤뚱뒤뚱 걷는 우스꽝스러운 이미지와 함께 날지 못하는 새란 연민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영화, 연극, 소설, 만화 등 조직문화적 스토리 묘사에 있어 펭귄은 세계적인 단골 배우다. 실제로 펭귄은 알려진 이미지와는 달리 똑똑하고 충직한 새다. 특히 자식 사랑은 눈물겹도록 희생적인 동물이다. 그러나 보통은 그들만의 엄격한 조직질서 유지 내지 권위적이며, 관료적이며, 배타적이고, 서열 위주의 틀에 박힌 듯한 엄격함을 두고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회사형 인간, 넥타이부대에 자주 비유되기도 한다.

# 펭귄과 공작새

『펭귄나라로 간 공작새』는 1955년 발간된 이후 아직까지도 경영우화 중 베스트셀러로 손꼽히고 있는 책이다. 내용은 자유분방하고 재기 발랄한 공작새 ‘페리’가 권위적인 ‘펭귄나라’에 스카우트되어 그곳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특히 변화, 혁신 등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온 것들에 대한 생생한 비판과 함께 전통적인 조직문화와 개인 창의성의 공존이라는 난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고 있다.

오늘날 직장, 학교, 거리, 지하철 어디에서고 펭귄은 존재한다. 심지어 내 자신 속에도 펭귄이 살고 있다. 공작새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때를 생각해보면 세련되고 경험으로 무장된 자신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지만, 전체 모습은 어느덧 전형적인 펭귄의 모습(펭귄쉽)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결국 내 안에 남아있는 죽은 공작의 시체와 날아오르다 포기한 많은 종류의 새들의 깃털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펭귄은 나쁘고 공작새는 좋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르다(Different)’는 것과 ‘틀리다(Wrong)’는 것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 퍼스트 펭귄을 보라

‘퍼스트 펭귄(1st Penguin)’은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카네기멜론대학의 컴퓨터공학과 랜디 포시(Randy Pausch)교수가 만든 단어다. 일반 대중에게는 사후 출간된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를 통해 널리 알려진 용어다.

펭귄에게 있어 추운 바다는 먹이(전복 등)를 구할 수 있는 장소이자 바다표범 같은 공포의 천적에게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의 장소다. 이 때문에 펭귄 무리는 바다에 들어갈 때 머뭇거리는데, 이럴 때 한 마리가 먼저 바다에 뛰어들면 다른 펭귄들도 자극을 받아 두려움을 이기고 잇따라 뛰어든다.

그 결과 오늘날 퍼스트 펭귄은 선구자, 도전자의 의미로 사용되는 관용어가 되었다. 조직 내에선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 조직에 큰 영향력을 주는 구성원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이 주는 진정한 메시지는 담대한 도전정신이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가치 있는 학습 과정이자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 펭귄을 위한 변명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 관점에서 볼 때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펭귄들은 변화를 거부하고 고집스러운 이미지로 다가오지만 알고 보면 다르다. 사실 펭귄이 날지 못하게 된 이유는 남극의 먹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날개가 지느러미로 최적 진화하였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뤽 자케 감독의 영화 <펭귄-위대한 모험>은 남극에 서식하는 황제펭귄 가족의 감동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짝짓기 시기가 되면 그들은 각자 바다에서 나와 ‘오모크’라 불리는 은밀하고도 신비한 장소로의 기나긴 여행을 시작한다. 알을 낳느라 지친 어미는 알을 수컷에게 맡긴 후 자신의 영양 보충과 태어날 새끼에게 먹일 먹이를 구하러 다시 바다로 떠나고, 수컷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2개월 이상 굶주리며 동면상태로 알을 품는다. 드디어 알이 부화되면 다시 아비는 먹이를 구하러 바다로 떠나고 어미는 알에서 나온 새끼를 키운다.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에 살아남은 새끼들이 독립하게 되면 펭귄가족들은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마지막 여정에 오른다.

이렇게 본다면 펭귄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 자체가 편견이요, 변화 거부인 셈이다. 정작 문제는 우리 자신의 인식과 태도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펭귄인가 공작새인가?

이 교수는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로 최근 출시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지문(Thinkprint)』 저자이자 초대형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 작가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