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가 샐리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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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우리들 삶 속에서도 일종의 신기한 경험법칙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첫째, ‘머피의 법칙(Murphy's law)’ ▲둘째, ‘샐리의 법칙(Sally’s law)’ ▲셋째, ‘줄리의 법칙(Jully’s law)’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일은 예상치 못한 과정을 통해서라도 필연적으로 이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은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그리스신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와 비슷한 현상이다. 머피와 샐리가 ‘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줄리는 사람의 ‘의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머피의 법칙

1949년 당시 미 공군 실험에서 벌어진 일화의 주인공 에드워드 머피 대위의 이름에서 유래한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은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꼬이기만 하거나 거듭 낭패를 겪을 때 쓰는 말이다. 옛말에도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거나 흔한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컨대, 매일 버스로 출근하다가 그날따라 택시를 탔더니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헐레벌떡 도착한 건물 내 엘리베이터 모두 내가 원하는 방향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경우 등이 머피의 법칙에 속한다.

그 외에도 우리 생활 도처에서 머피는 발견되는데, 일부 흥미로운 것들을 소개해본다. 보통 펜이 있으면 메모지가 없고, 메모지가 있으면 펜이 없고, 둘 다 있으면 메모할 일이 없다. 치통은 꼭 치과 문 닫는 토요일 오후부터 시작된다. 코를 심하게 고는 쪽이 항상 가장 먼저 잠든다. 버스 안에서 간만에 좋은 노래가 나올라치면 꼭 안내방송이 나온다. 특히 좋은 아이디어는 꼭 샤워할 때나 용변 볼 때 떠오른다.

그러나 이러한 머피의 법칙을 과학적 심리관점에서 설명하면, 단순히 시간적으로 앞선 사건이 나중에 일어나는 사건의 원인이라고 착각하는 ‘인지적 오류(Cognitive Error)’가 존재한다. 평소에 “세차만 하면 비가 온다”고 인식하는 식인데, 알고 보면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의 탓이라는 거다.

# 샐리의 법칙

반대로 우연하게도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을 가리켜 ‘샐리의 법칙(Sally's law)’이라고 한다. 여기서 샐리는 1989년 미국 라이너 감독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When Harry Met Sally)>에서 연속으로 좋지 않은 일만 일어나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이끌어가는 여주인공 샐리(맥 라이언 역)의 모습에서 따온 것이다.

예를 들어 중요한 약속 시간에 늦게 도착했더니 상대방이 더 늦게 도착하는 경우, 건널목에 도착하자마자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는 경우, 시험 직전에 급하게 펼쳐 본 문제가 출제된 경우, 지각을 했는데 출석을 늦게 부르는 경우, 옷 사러 갔는데 마침 세일 중인 것 등은 모두 샐리의 법칙에 해당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머피와 샐리의 법칙 모두 ‘선택적 기억(Selective Memory)’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실패할 확률이 매우 낮은 일을 할 때 아무 문제 없이 해결되면 당연한 일로 치부돼 기억하지 않지만, 그 일이 실패했다면 오래 기억에 남게 된다.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성공한 사례는 아예 기억하지 않고 실패한 사례만 기억해서 모든 일이 실패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같은 이치다.

출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스틸 컷

# 나는 누구로 살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들 삶은 과연 머피와 샐리 중에 누구를 더 자주 만나게 되는 것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순전히 운(運)에 따라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으나, 깊이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는 않다. 특히 머피의 법칙을 자주 인용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자신의 무지, 게으름 때문에 모든 일들이 잘 안되었음에도 자신은 언제나 하는 일마다 재수가 없다고 그 핑계를 머피에게 돌려 버린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과 다를 바 없다.

속 좁은 우리 인간의 마음 속에는 누구나 머피와 샐리가 동거하고 있다. 불안감, 회의감, 도전 회피 의식 등은 머피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살아가면서 불청객 머피는 수없이 찾아올 수 있지만 자신의 생각과 태도 그리고 빛나는 삶의 의지에 따라 머피는 얼마든지 샐리로 바뀔 수 있다. 푸른 용(龍), 새해에는 늘 핑계로 바쁜 머피보다는 느긋한 샐리를 자주 만날 수 있는 밝은 마음과 긍정적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

이 교수는 국내 정상급 경영평가 전문가로 최근 출시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지문(THiNKPRINT)』 저자이자 초대형 교보 광화문글판 선정 작가다. 현재 조선일보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두줄칼럼」은 삶과 일에 대한 근본원리를 비롯하여 경영 각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 아이디어 및 최신 트렌드 등을 언어의 쇼츠 형식으로 풀어낸 독창적인 초미니칼럼이다. 내용은 주로 인문ㆍ경영의 융복합 구성이며, AI 시대 인간만의 생각품질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지적 아포리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