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균형이 필요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심리적 균형

과유불급, 무엇이든 과한 것은 좋지 않다. 심리적인 특성도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게 되면, 그 편중을 채우기 위한 시도를 무의식적으로 한다고 한다. 이번 글에서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균형 찾기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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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균형을 추구한다

건강의 기본은 ‘균형’이다. 너무 높은 혈압과 너무 낮은 혈압이 문제가 되듯, 심리적 특성 또한 과도하거나 결핍되는 것이 모든어려움의 시작이다. 쉬운 예로, 불안한 감정은 너무 많아도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불안한 감정을 아예 느끼지 않는 경우도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적당한 수준의 불안감을 느껴야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칼 융이 설명한 ‘남성 내면의 여성성(Anima아니마)’과 ‘여성 내면의 남성성(Animus아니무스)’이라는 개념이 있다. 다소 성차별적 개념이어서 최근에는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전통적인 여성성, 남성성의 편견을 답습하자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별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통합적 특성으로서의 자아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우락부락한 몸집에 낮고 굵은 목소리의 남성이 웃을 때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수줍게 ‘호호’ 웃는 몸짓을 떠올려 보자. 예상되는 몸짓이 아니다 보니 어색하지만 그 몸짓을 보는 순간 어느 정도 인간적인 매력과 안도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한 외향적이어서 쉬지 않고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사람도 종종 어떤 날은 혼자서 활동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특히 예민한 감각을 가진(Highly Sensitive Person) 외향적인 사람들은 혼자만의 시간을 필수적으로 가져서 외부 활동 과정 중에 받았던 자극들을 털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사람들의 습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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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균형 점검이 필요하다면?

요즘 들어 일상이 버겁거나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중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생활을 점검해 보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극적인 것들만 추구하고 있다면 반대로 잠잠하고 밋밋한 활동을 의도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고, 혼자서 하는 운동만 주로 즐기고 있다면 아주 가끔은 단체 운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이 어느 정도로 균형을 추구하는지를 밝히는 유명한 연구 결과가 있다. 바로 ‘귀여움과 공격성’에 대한 심리학 연구로, 귀여운 공격성(Cute Aggression, 미국 심리학자 Aragon 등의 연구)이라고 설명한다. 너무 귀여운 아기나 동물을 보면 ‘귀여워서 깨물어 주고 싶다, 꼬집어 보고 싶다, 귀여워서 발을 동동 굴리게 되는 것’을 느껴본 적 있을까? 실제로 사람들은 귀여운 자극을 보면 보살펴 주고 싶으면서도 공격하고 싶은 상반된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고 한다.

강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 평정심을 찾아 균형을 이루고 싶은 일종의 조절 행동이다. 우리나라 표현 중 ‘좋아 죽겠어’, ‘신나서 미치겠다’처럼 과격하게 좋음을 표현하는 말들, 슬프고 어이없는 일이 생기면 너털웃음이 나오는 경우, 원하던 시험에 붙어서 뛸듯이 기쁜데 눈물이 나오는 경우 모두 유사한 심리적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적당한 수준으로! 뻔하지만 너무 간결한 논리이다. 그런데 사람이란 참 알지못할 존재여서 최적의 수준으로 균형을 이루는 순간 지루함과 동시에 불안감을 느낀다. ‘그냥 이 상태로 머물러도 괜찮은 걸까? 뭔가 이상한데?’의 생각으로 평온한 정신을 다시 깨우고야 만다. 어쩌면 최적의 균형을 이룬 상태라는 것은 환상일지도 모르겠다. 눈 감고 외발서기를 해보자.살짝 비틀거려 가면서 중심을 잡아간다.

한쪽의 반응이 과해서 쏠리고 비틀댄다면 그저 비틀댐으로써 균형을 찾아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건강하고 재미있는 인생이아닐까?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