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뒤의 힘든 얼굴, ‘가면성 우울’
나의 진실한 감정을 마주하기 위해서

최근 가면성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늘어났다. 가면성 우울증은 우울한데도 계속해서 웃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본인이 슬픈 것을 깨닫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이번 호에서는 가면성 우울증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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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힘든 일이 있어도 ‘괜찮다’고 마음을 다잡거나, ‘이 정도 일가지고 뭘’이라고 생각하며 참고 견디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 기대와 역할에 부응하기 위해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현하지 못한 부정적 감정이 쌓이기만 하면 어느 순간 진짜 내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채기 어려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자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가면성 우울(Masked depression)’*이다.

*Masked depression: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미소 우울증 등의 용어로 번역해 사용하기도 함.

가면성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고, 심지어 유쾌하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사회적 교류 능력도 뛰어난 경우가 많다. 우울한 기분을 호소하며 힘들어하기보다는 오히려 감추고 가리는 편이다. 가면성 우울과 관련된 공식적인 진단기준이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나, 정신건강 종사자들이 일반적으로 제시하는 가면성 우울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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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4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내가 힘든 마음이 있는데 늘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다 더 힘들어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밝고 친절한 모습을 가면으로 삼아 내 감정을 숨기다 보면 결국에는 자신에게도 감정을 숨기고 속이게 된다.

우리나라 문화권에서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속으로 추스르는 것이 성숙한 태도라는 도식이 있고, 특히 사회적인 역할과 속한 위치가 분명할수록 자신의 내적 고통을 드러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많다. 가령, 요즘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일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회적 지도자, 예의 없는 고객에게 참다가 결국에는 화를 내는 서비스직 종사자, 도저히 돈 벌러 나갈 힘이 없다고 가족들에게 말하는 가장을 상상해보자. 아마도 이런 사람들이 책임감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다.

자기 역할에 맞게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자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 감정을 책임진다는 것은,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아닌 감정을 운영하고 조절하는 것이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 가면성 우울에 취약한데, 특히 자기가 수행하고 있는 일부 역할에 몰두한 나머지 혼자 있는 순간에도 그 역할을 계속 수행하곤 한다. 고객 응대를 하느라 하루 종일 미소를 띠고 있는 사람 중에는 퇴근해서도 계속 나도 모르게 업무용 말투를 쓰거나 즐겁지도 않은데 웃고 있기도 한다. 사람은 보통 제일 신경 쓰는 역할을 수행할 때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고, 그 역할이 사람을 좌우하기도 한다. 한 역할에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각 역할마다 내가 얼마나 그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직장에서는 상대의 요청에 뭐든지 응해줘야 하는 사람이더라도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 무조건 잘해야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성장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성인이 되어 다양한 조건의 대인관계를 맺는 중에도 ‘무조건 잘해야 해’라는 역할책임감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 역할 전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생각도 유연하고, 각 역할에서 느끼고 있는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다.

상황이 여의찮아 나의 감정을 표현할 만한 대상이 없다면 혼자 있는 시간이라도 자신의 감정을 꺼내어 마주해보는 시간을 갖자. ‘정말 힘들고 괴롭지만 오늘도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일했다’는 자기연민을 느끼며 주저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 겉과 속이 서로 다른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나의 몸과 마음만 아플 뿐이다. 그러니 나에게 소홀해지지 말고, 나 자신이 내 기분에 가장 귀 기울여 주는 청자가 되자.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 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