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트라우마 해방일지
자연재해, 전쟁, 생명이 위급했던 사고, 이것만이 스트레스가 아니라고? 우리가 쉽게 접하는 다른 사람들의 말, 시선, 누군가의 무관심, 소외감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최은영 상담사를 통해 스몰 트라우마를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에 대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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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트라우마란? 사소하지만 트라우마로 기억될 일들이 반복 경험되는 것

“이런 일로도 상담받나요?”, 상담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답하자면, 많은 분들이 ‘이런 일’로 상담받는다. 물론 성장 과정에서, 사회생활 중에 일상 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큰 충격을 받은 분들도 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사고, 전쟁, 천재지변, 성폭력처럼 거의 대부분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끔찍한 사건을 ‘빅 트라우마’라고 한다.

반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사소한 일이지만 개인의 감정, 자존감 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을 ‘스몰 트라우마’라고 한다. 낯선 장소에서 길을 잃어 잠시 부모님을 찾지 못해 혼자서 울었던 기억, 준비물을 챙기지 않았다고 선생님께 혼이나 창피했던 일, 소풍날 나만 짝이 없어서 부끄럽고도 서러웠던 기억, 군대 고참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었던 기억, 배신의 경험 등 누구나 겪을 법하지만 그것들이 나에게는 버거운 상처일 수 있다. 스몰 트라우마의 ‘스몰’은 부정적 영향이 작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스몰 트라우마는 주변에 트라우마로 기억될만한 소소한 자극이 더 많고,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번 반복해서 경험한다.

문제는 스몰 트라우마에 해당하는 사건들이 워낙 일상적이다 보니, 경험한 사람은 고통스러워도 그것을 충분히 공감받기가 참 어렵다. “시간이 약이다”, “그렇게 충격받기에는 너무 사소한 일이야” 등의 위로를 듣다 보면 “이걸로 힘들어하는 내가 이상한 건가”라고 느끼기 쉽다. 그렇게 별것 아닌 것으로 덮어둔 마음의 상처와 긴장하고 두려울 때 느꼈던 신체 증상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리 잡고 있다. 결국 유사한 일에 더 과민해지고 괴로움을 느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스몰 트라우마, 어떻게 다뤄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스몰 트라우마에 매몰되어 지내기보다는 그 경험으로부터 회복되거나 혹은 잊어가면서 성장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스스로를 돌보는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 스스로를 돌보고 트라우마를 다루는 방식은 건강해야 한다.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거나 없던 일 셈 치는 것은 상처를 덧나게 하는 일이다. 나의 스몰 트라우마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자. 

 

  1. 첫째, 내 인생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어린 시절의 사소하지만 힘들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찾아보자. 예) 반장 선거에 나갔다가 한 표를 받았고,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음.
  2. 둘째, 힘든 당시, 직후의 생각과 신체 반응,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구분해보자. 예) 생각 - 선생님과 친구들이 날 형편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신체 반응 - 얼굴이 빨개짐,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음,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음/ 감정 - 수치심
  3. 셋째, 그 사건이 나에게 미쳤던 영향이 단기적, 장기적으로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예) 단기적 영향 - 그 일이 있고선 다시는 반장선거에 나가지 않았다. 한동안 친구들과 서먹했고 수업 시간에도 주눅이 들었다/ 장기적 영향 - 주목 받을 수 있는 자리에서는 심장이 뛰고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다.
  4. 넷째, 그럼에도 그 시간을 잘 견딜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지 찾아보자. 예) 선생님이 괜찮다고 친구들 앞에서 말씀 해주시며 나를 믿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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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거의 사건을 찾는다고 해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소소한 안정’이다. 스몰 트라우마를 겪을 당시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알아차리고, 그 중 현재 삶에 방해 요소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자. 알아차리고, 이것을 인정하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안정된다. 여전히 안 좋은 생각이 들고 작은 일에 기분이 가라앉는다 하더라도 내가 하는 시도를 인정해주는 경험이 회복의 첫 번째다.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 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