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마음건강 레시피 만들기
TV, 유튜브 혹은 책을 통해 얻는 심리학적 상식들, 스트레스 대처법들을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적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전문가를 찾아갈 시간이 있다면 좋겠지만,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현대인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번 호에서는 최은영 상담사를 통해 우리 스스로 마음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레시피에 대해 들어봤다.

마음건강 관련 정보의 홍수다. 서점에 가도, SNS에서도, 유튜브 채널에서도 마음건강, 심리학과 관련된 내용이 넘쳐난다. 관련 종사자로서는 참 반가운 일이다. 상담 장면에서 심리학 지식이나 대처법을 이미 숙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확연하게 늘었다. 마음건강 관련한 어려움이 생기면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받는 콘텐츠를 시청하기도 한다. 한편, 심리학 유행 속에 과도한 정보에 노출되는 것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나에게 딱 맞는 정보를 찾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care
"전 예전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서 평소에 마음이 답답할 때면 정보를 자주 찾아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많은 정보를 보다 보니 뭐가 나와 잘 맞는 정보인지 잘 모르겠어요. 감정 일기를 써라,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꿔봐라, 주 3회 운동을 하라는 등의 심리 대처들을 실천해 봤지만 반짝 효과일 뿐 장기적으론 별 의미가 없었어요. 나에게 적합한 심리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요."

마음건강을 다지는 법도 신체 건강을 기르는 법과 마찬가지로 단순하고 원칙적이다. 운동 영상을 앉아서 신청하며 ‘눈으로 운동을 하는 것’과 ‘실제 운동을 하는 것’이 같을까? 마음건강도 마찬가지다. 얼핏 시시해 보이는 대처법들도 실천으로 옮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크다. 게다가 마음은 본래 타고난 기질이 다 다르고, 성장하면서 빚어진 모양이 제각각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접근을 해야 할 지 막막할 때가 많다. 나에게 쏙 맞는 개별적인 마음건강 증진법을 가질 수 있을까? 첫 시작점을 잡는 것에 도움이 되는 길잡이를 소개한다.

care

○ 자신에 대해 잘 알기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 나는 주변 사람으로부터 ‘어떤 사람’이라고 여겨질 때 가장 만족스러운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들을 차분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쉬고 싶다, 놀러 가고 싶다, 맛있는 것 먹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는 “걱정 없고 행복한 삶”과 같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답을 하기 마련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왜 걱정 없는 삶을 바라는가?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 행복한가?

또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의 반응이 어떤지 생각해두는 것은 대처 향상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상황에서 말수가 없어져 소통을 차단하는 사람들은 내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다소 회피적으로 행동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주변 사람들에게 황급하게 호소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진정시킬 위안의 말, 공감이 중요한 편이다. 혹은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짜증이나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면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조급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스트레스 반응을 살펴보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주변 사람으로부터 어떤 사람이라고 여겨질 때 가장 만족스러운가’는 나를 알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삶의 의미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주변으로부터 ‘너가 있어서 참 위안이 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뿌듯한 사람이 있고, ‘이런 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다’는 평가에 행복한 사람이 있다. 내가 어떤 존재이기를 바라는지 생각해 보자. ‘나 전문가’가 되려면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 경험이 많아야 한다.

무엇보다 ‘문제점 발견→솔루션 찾기’ 라는 틀에 얽매이지 말자. 마음은 의외의 단서에서 회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신분석학자 융(Jung)은 ‘사람들은 변하고 싶다고 하면서도 변하고 싶어하지 않고, 변화를 제일 거부하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고 했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조급함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편하게 마음을 가지고 ‘나의 기초’를 쌓아 보자.

요리를 바로 하지 않더라도 내 마음에 드는 레시피들을 찾아보며 책갈피를 꽂아 둘 수 있다. 그러다 어느 봄날, 향긋해진 봄 내음을 맡으며 그간 봐왔던 레시피 중 마음에 드는 방법을 요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음건강 관련 글을 읽거나 영상들을 보면서 각자 자신에게 맞는 팁들을 골라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보자. 많은 분들의 다양한 레시피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 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