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 넘지 말아요~!”
나와 당신의 심리적 영역 지키기

“당신, 지금 선 넘네?” 일반적으로 나와 상대방이 지켜야할 선이 있다. 그 선을 넘었을 때, 기분이 언짢아지고 마음이 상하게 된다. 그렇다면, 상대방과 나 사이의 경계를 지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 상대가 나의 경계를 넘어왔을 때, 또 내가 상대의 경계를 넘어갔을 때 어떻게 현명하게 내 심리적 영토를 지킬 수 있을지 살펴보려 한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을 때, 주변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해주는 조언이 뭘까? ‘너무 신경 쓰지마’ 혹은 ‘네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야’와 같이 상처를 받은 사람의 마음에 모든 것이 달려 있음을 전제로 한 말이다. 상처 주는 말을 한 사람을 바꾸는 것보다는 듣는 사람 마음을 다잡는 것이 더 수월하리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그러다 ‘상처주는 말을 한 사람’으로부터 요인을 찾고자 하는 심리학적 시도가 대중들에게 소개되기 시작했다. 정서적 뱀파이어*, 프레너미**(frenemy) 등 친밀한 관계 내에서 심리적 불편감을 만들어내는 ‘상처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용어가 거창하지만 실제 대화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좋은 회사 가더니 자기가 뭐 라도 되는지 아나 봐?, “그 동네 집을 샀다고? 자네 생각보다 부동산에 대한 감이 없는데?”와 같은 말들이 상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호소하는 말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이 무례한 걸까, 이 말을 듣고 상처를 받은 사람이 너무 예민한 걸까? 이 정도 말쯤은 친한 사이에 으레할 수 있는 말인데, 내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정서적(에너지) 뱀파이어: 다른 사람의 긍정적 에너지를 마치 뱀파이어처럼 빨아먹으며 상대방을 지치게 하는 사람을 일컬음.

**프레너미: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지만 장난이라는 핑계로 시기, 공격적인 행동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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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상대의 경계선 찾기

정신건강을 결정짓는 중요한 한 가지로 ‘나와 상대의 경계선을 찾기’를 꼽고 싶다. 자신의 심리적 영역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건강할 수 있다. 나와 상대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관계에서 교류하는 여러 생각이나 감정 중,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과 상대에게서 비롯된 것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간만에 대학 동기들을 만났는데, 한 친구가 저더러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투자를 하냐, 니가 돈 걱정 없이 살아서 뭘 잘 모르나 본데”라고 말을 꺼내서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어요. 그러더니 친구 자신의 투자가 얼마나 수익 났는지 한참을 얘기하길래 들어주고 나니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어요. 요즘 들어 그 친구만 만나면 뭔가 모르게 기분이 나빠요.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면, 듣는 사람 입장에선 불쾌하기도 하고 ‘진짜 내가 뭘 잘 모르나’, ‘친구는 저렇게 자랑을 하는 걸 보면 나도 친구처럼 했어야 하나’ 등의 생각이 들 수 있다. 물론 이 사례에서 나의 불쾌함은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 친구가 던진 불쾌함이다. 불쾌함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객관적으로 구분해 보자.

이 사례의 친구처럼 말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일까? 상대방을 저평가함으로써 본인의 불안감을 해소해 자신의 우위를 학인 하려는 것뿐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반복적으로 무례하거나, 친하다는 이유로 내 사적인 부분에 대해 과도하게 평가하며 내 판단조차 흐리게 한다면 내 심리적 영역을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친사회적이고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 불편감을 표현하자. “방금 그 말, 무슨 의미이에요?”, “다른 사람에게도 방금 한 것처럼 행동할 수 있어요?” 정도면 그만이다. 이런 표현 이후로도 개선되는 부분이 없다면 거리를 두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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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상대의 심리적 영역을 넘어가버렸다면

나 자신 역시 상대방의 심리적 영역을 넘어갈 수 있다. 내 선택을 합리화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상대방이 가진 것을 깎아내리거나 빈정댔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은 ‘내가 상대방의 심리적 영역을 넘어간 것을 인정하기’다. 내가 ‘선을 넘었다’는 것이 못나게 느껴져 이를 인정하는 것이 부끄러울 수 있다. 그렇지만 정말 부끄러운 것은 자신이 선을 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덮어두며 정당화하는 것이다.

내가 상대의 심리적 영역을 넘어간 것을 느꼈다면, “내가 한 말 때문에 기분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미안해. 내가 너무 평가하듯 말했어”라고 인정하면 가장 좋다.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까지는 너무 어려운 분들은 일단 ‘나도 다른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구나’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부터 해보자.

상대의 요인에서 생긴 상처를 거듭 생각하며 분석하는 것은 나에게 아무런 치유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의 힘은 고통에 적응하고, 불편한 관계를 참아내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의 경계선을 내가 결정하고 내가 보호함으로써 진정한 마음의 힘이 길러진다.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 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