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상황의 응급처방
자기 돌봄 기법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 했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어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이왕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면 잘 다루고, 해소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 호에서는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를 통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빠르게 해소하는 방법을 들어본다.

마음이 복잡할 때,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멘탈을 다잡기 힘들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느낄 때가 있다.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고 힘든 ‘그 상태’를 한 번 느끼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우리의 뇌는 힘들었던 몸과 마음의 상태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가 조금이라도 유사한 상황이 되면 ‘그 상태’로 빠르게 도달하게끔 한다. ‘그 상태’로 가는 고속도로를 놓은 것이다. 불같이 한 번 화를 내고 나서는 다시 또 화를 내기가 쉬운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듯 마음이 혼란스러워 다잡기 어려운 상태가 되면 사람들은 당혹감을 느끼기 쉽고 ‘이럴 때 복용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약 같은 것 없나’하는 생각도 한다. 극에 달한 스트레스를 효율적으로 진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응급대처법 혹은 자기 돌봄(self-care) 방법을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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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유발 장소에서 벗어나기

현재 스트레스를 느끼는 장소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우선되면 좋다. 사무실에서 극심한 스트레스 순간을 느꼈다면 잠시 밖에 나가있거나, 휴게실 등 어디든 좋으니 자리를 잠깐 벗어나자. 심리학 용어로는 ‘타임아웃 (time-out)’이라고 하는데 스트레스를 유발한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사무실에 계속 앉아서 ‘도저히 못 참겠어’라고 생각하며 그 괴로움을 어떻게 버텨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엉덩이를 떼자. 집 안에서 힘들다면 산책이라도 하고 오자.

다만 불쑥 나가버리기보다는 “잠깐 진정 좀 하고 올게”라고 가족 구성원에게 말해두는 것이 좋다. 우리의 목적은 ‘내가 힘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진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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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위안, 크게 한숨 내쉬고 들이마시기

손으로 어깨나 팔뚝을 부드럽게 쓰다듬거나 두드려보자. 널리 알려진 ‘나비포옹법’도 좋다. ‘나비포옹법’은 양팔을 X자로 교차해 반대쪽 어깨에 손을 올린다. 눈을 감고 호흡을 깊게 하며 양 손바닥으로 어깨를 번갈아 두드리는데, 마치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처럼 10번 정도 다독인다. 손의 온기, 힘을 느끼며 숫자를 세며 다독이면 더 효과가 좋다. 그리고 크게 한숨을 한번 쉬자.

‘복 날아가니 한숨 쉬지 말라’는 말도 있고, 실제 오슬로 대학의 심리학자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한숨은 좌절감으로 인식하고 다른 사람의 한숨은 슬픔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처럼 한숨이 가지는 의미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소 체념적인 의미가 강한 것에 반해, 과학이 증명하는 실제 한숨의 역할은 매우 생산적이다. 크게 숨을 쉬면 산소가 뇌 구석구석에 공급되어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고, 피로의 원인인 활성 산소를 제거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의 긴장과 피로를 덜 수 있는 것이다. 숨을 길게 내 뱉은 다음 숨을 크게 들이마시는 것도 잊지 말자. 이런 방법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진정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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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그라운딩

깊은 호흡으로 이완한 후에는 뭘 하면 좋을까? 현재의 스트레스, 고통으로부터 주의를 돌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의 자세에 주의를 기울여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도록 하는 방법을 ‘그라운딩(grounding)’ 기법이라고 하는데, 여러 그라운딩 중 한정된 공간에서도 해볼 수 있는 신체적 그라운딩을 소개하겠다.

몸의 힘과 중심을 의식적으로 아래로 낮춰보자. 화가 나거나 불안할 때, 고통스러울 때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몸의 힘이 머리 쪽으로 향한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얼굴이 상기되거나 두통, 목과 어깨 근육이 경직되곤 한다. 이렇게 스트레스에 압도되는 느낌이 들면 몸의 중심을 아래로 낮춰보자. 가벼운 스쿼트 자세를 생각해보면 쉽다(스쿼트를 하면서 심란함을 느꼈던 경험은 거의 없음을 떠올려보자).

혹은 배와 엉덩이에 힘을 주고 발바닥으로 바닥을 굳게 디디거나, 무거운 생수 페트병 여러 개 들고 무게를 느껴보기, 앉아 있다면 발로 바닥을 힘껏 밀어보자.

‘별것 아니네, 해 봐도 쓸모없을 걸’처럼 느껴지는 대처법 일지라도, 일단 생각을 내려두고 한번 해보면 어떨까? 실제로 해보면 진정효과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신체적으로 이완이 되는 방법을 알아두고 있단 자체가 든든한 힘이 되어 자기를 돌볼 수 있게 된다.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 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