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면 별일 아닌 일!
쓸데없는 걱정, 어떻게 멈출까?

걱정이 유독 많은 사람들이 있다. 적당하게 걱정하면 미래의 일을 안정적으로 예측하고 심사숙고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과도한 걱정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하거나 걱정 자체에 몰두하며 불안, 긴장감, 불면증을 야기하기도 한다.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왜 자꾸 걱정을 하는 걸까? 걱정을 적정 수준으로만 하는 방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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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을 하면 안 된다는 걱정

걱정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충고’를 자주 듣곤 한다.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생각해. 사서 걱정 그만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이 말을 들으면 걱정을 하지 않게 될까? 전혀 아니다. 충고를 들은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아, 내가 또 너무 많이 걱정을 말해버렸구나. 저 사람은 내가 비관적이라고 생각하겠지. 좋은 이미지 심어줘야 하는데, 그 말을 하지 말 걸 그랬어’와 같은 부정적 생각의 악순환에 빠질 뿐이다.

미국 미시건 주립대 심리학자의 실험에 의하면, 걱정 등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라고 한 결과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이 악화됐다고 한다.

당신이 걱정을 하는 진짜 이유

걱정은 불안한 감정과 관련된 ‘생각’이다. 불안장애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Aikins & Craske, 2001)은 불안과 걱정의 심리학적 요소에 대해 밝혔는데, 사람들이 왜 걱정을 하게 되는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 사람들은 크고 작은 걱정을 함으로써 현실에 닥친 ‘진짜 위협’에 대한 걱정을 잊을 수 있다.

A씨는 입사 동기들 중에 승진이 가장 느리다. 처음에는 ‘가늘고 길게 가자’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요즘엔 승진 시즌만 되면 머리가 복잡하다. 계속 회사를 무사히 다닐 수는 있을까, 정 안되면 이직을 해야 할 텐데 이 커리어로 이직이 될까, 어제도 팀장님이 보고서 지적만 하시던데 회사에서 나가라는 의미인가? 이러다 언제 돈을 모아서 집을 살까, 등 수없이 많은 걱정들을 하느라 기운이 나지 않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A씨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승진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승진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불안, 걱정, 또 승진 누락되는 것에 대한 좌절감을 회피하고자, 즉 ‘지금의 진짜 불안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한 걱정’을 하는 것이다.

둘째, 걱정이라도 하지 않으면 더 불안하기에, ‘걱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믿음에 계속 걱정을 한다.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는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라고 일컫는다. 실제 상담실에서도 ‘걱정을 미리 해두면 최소한 내가 걱정했던 최악의 상황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걱정이라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자동적으로 걱정을 해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최악의 기대와 걱정을 해두면 걱정했던 것보다는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하는 일종의 징크스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마음 편하기 위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소한 징크스처럼 스쳐 지나가는 수준의 걱정이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이런 걱정거리가 일상 속에 산재할 경우이다. 걱정을 습관적으로 많이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불안감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모호한 불안감을 줄이고 이를 생산적인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 ‘걱정을 적당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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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목록 써보기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심리학자들이 제안하는 방법 중 하나는 ‘걱정목록 쓰기’다. 하루 중 일정 시간을 정해두고 걱정거리를 써보는 것이다. 시간은 되도록이면 일과 중 늦은 시간, 예를 들어 퇴근길 10분 정도로 정해두면 좋고, 꼭 글자로 쓰지 않고 폰 메모장에 기록해도 된다. 그리고 일과 중에 불쑥 걱정거리가 떠오르면 ‘걱정하지 말자’고 억지로 자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따 걱정 시간에 걱정하자’고 미뤄두고 원래 하던 일에 집중한다. 그리고 걱정목록을 쓰는 시간에는 오로지 내 걱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해보자. 이렇게 걱정목록을 쓰는 것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머릿속의 걱정을 글자로 보면 걱정이 명료화되면서 실제 해결할 수 있는 고민거리들이 구분된다. 둘째, 걱정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하던 사람들도, 매일 10분 내내 걱정만 해보라고 하면 몇 가지 생각이 반복될 뿐 생각보다 걱정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모호하게 남겨두면 더 걱정되고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걱정의 실체를 꺼내 보자. 셋째, 걱정을 써보면 처음에는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지지만,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걱정을 마주하는 일에 익숙해지면서 불안이 줄어들 가능성이높다. 걱정은 생각이기 때문에 조절할 수 있는 일정 부분이 있다. 이 점을 기억하고 쉬운 방법부터 시도해보기를 권한다.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 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