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hare with your friends
직(職)과 업(業)의 차이
two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는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놀라운 건 그토록 중요한 직업 선택이 대부분 우연한 계기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직업상담학의 대가인 존 크롬볼츠는 “청년기 때 계획했던 일에 종사하고 있는 성인은 2%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실제로 1980년대 미국 이민자의 직업은 대부분 처음 공항에 마중 나온 지인의 직업에 따라 결정됐다고 한다.

일단 직업이란 ‘직(職)’과 ‘업(業)’의 두 글자가 결합된 단어다. 우선 ‘업(業)’이란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이자 하늘이 내린 엄숙한 사명이다. 힌두어로는 ‘karma’, 라틴어로는 ‘mission’ 이다. 업과 결합하는 단어는 창업, 생업, 사업, 주업, 부업, 과업, 잔업 등등 무수히 많다. 삶이란 결국 자신의 업을 발견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企業)’이란 의미는 업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사람들을 뽑아서 일과 월급을 주어 그들의 가족을 부양케 하는 것이야말로 하늘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성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작은 소기업이라 할지라도 직원을 채용하여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 땅의 수많은 창업자들에게 경의를 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반해 ‘직(職)’이란 잡(job)이고 타이틀이고 명함이다. 직장에 다닌다고 ‘업’이 생기는 건 아니다. 게다가 ‘일자리’를 원한다곤 하지만 실제로 일에는 관심이 없고 자리에만 침을 흘리는 사람들도 많은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업을 찾는 일은 한마디로 ‘내 인생의 보물찾기’라 할 수 있다. 그 때 만난 직을 가리켜 ‘천직(天職)’이라 부른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조기에 발견해내는 것이야말로 각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마크 트웨인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두 날은 태어난 날과 태어난 이유를 깨닫는 날이다”라고 읊은 의미는 매우 심장하다.

two

사실 우리나라만큼 직업에 따른 계층적 질서가 분명히 존재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말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과 인식의 차이는 엄연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수많은 직업들 중 맨 뒤에 들어가는 접미어로서 ‘부’, ‘원’, ‘사’, ‘가’ 등이 있다. 특히 자기 자식만큼은 기어코 ‘사’자 직업군에 들어가야 한다는 한국 부모들의 노력은 거의 염원에 가깝다. 흥미로운 건 같은 ‘사’자라 하더라도 그 의미는 각각 다르다는 사실이다. 변호사는 선비 ‘士’, 검사와 판사는 일 ‘事’, 그리고 의사는 스승 ‘師’자를 쓴다.

치열했던 산업화시대를 일구고 은퇴한 베이비 부머 세대의 경우, 그들이 인생 전반기에 살아온 일은 자신의 업과는 동떨어진 호구지책으로 결정된 경우가 허다하다. 주위를 보면 남보다 못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젊은 청춘들 또한 유례없는 취업난 속에 업을 찾기는커녕 변변한 직도 구하기 어려운 심각한 현실이다.

수년간 서울대 신입생 조사를 보면 젊은이들의 직장 선호기준 1위는 바로 연봉, 즉 돈이다. 그 다음이 안정성, 그리고 그 다음이 소질이다. 물론 경제적 요소가 현실적으로 중요하긴 하지만, 길게 보면 자신의 DNA와 맞지 않는 일은 결국 문제가 생기고 만다. 궁극적으로 “업으로 가면 직을 얻고, 직으로 가면 업을잃는다”는 선조들의 혜안을 복기해본다.

tw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