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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받이 힘들어~!” 상대방에게 공감을 강요 받는다면?
지난 호에서는 공감하고 싶으나 공감하는 방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살펴보고, 타인의 이야기에 잘 공감할 수 있는 팁을 안내했다. 이번 호에서는 공감 시리즈 2편으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너무 잘 공감하여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는 사례를 짚어보고 현명하게 이야기를 듣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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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타고나길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있다. 공감을 잘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서적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고,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의 내적 경험을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고 상대방의 마음에 위로가 되는 말을 잘 건넬 수 있다. 뛰어난 공감 능력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맺을 수 있는 장점이 되는 한편으로는,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계속해서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는 단점이 될 때가 있다. 상대방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염없이 들어주다 상대가 원하는 반응을 해줘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 이런 압박감을 느끼는 정도라면 상호호혜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공감, 경청이라고 하기엔 어렵다. 공감을 하는 당사자의 마음도 편안하고 이해받는 느낌이 들어야 건강한 공감이다. 나의 진짜 생각과 욕구를 억압해가며 듣기 싫은 이야기에 희생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공감이 아니라‘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를 듣고 반응을 보이던 것을 어느 순간부터 뚝 중단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일방적인 ‘이야기 들어주기’의 문제는 관계 문제와 연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내 상사이기 때문에, 혹은 관계가 틀어지면 안 되는 친한 선배이기 때문에, 매일 보는 가족이기 때문에 우리는 힘들어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가 많고, 가끔은 ‘내가 저 사람에게는 화풀이 대상인 건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대화 상황 & 조건 조절해보기

내가 어느 정도 대화 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 관계가 있다. 친구, 친한 직장 동료나 선후배, 동등한 위치의 가족 구성원 등이다. 이런 관계에서는 내가 대화의 시간, 장소 등 대화 상황을 가능한 조율해 보자. ‘당신이 원한다고 해서 아무 때나 나에게 이야기를 하며 감정 분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친한 직장 선배가 나를 불쑥 불러내며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에는 ‘지금은 제가 처리 중인 업무가 있어서요. 12시에 커피 한잔할까요?’처럼 대화 시간을 내가정할 수 있다. 더불어 대화 시작 전에는 ‘제가 오늘은 30분 뒤에는 들어가봐야 해요’와 같이 대화 가능 시간을 정해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무한정 들어줌으로써 끌려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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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감정을 돌려주기

대화 상황을 조절할 수 없는 관계도 많다. 상사나 가족 웃어른과의 대화 중에는 듣고만 있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도움이 되는 좋은 말도 듣지만, 때로는 상대방의 부정적인 감정이 드러나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듣는 사람도 기분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상대방이 했던 말과 이야기를 듣는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자. ‘말하는 분이 지금 기분이 나쁘구나!’라고 생각하며 감정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지만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들으며 마냥 휩쓸리는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된다. 어느 정도 동등한 관계라면 ‘그런 일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했겠어요”라고 반응하며 감정을 돌려줄 수도 있다. 이렇게 말을 함으로써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 부정적인 감정은 원래 당신 것이었다’는 경계를 지을 수 있다. 굳이 상대방으로부터 부정적인 감정을 흡수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친밀한 관계에서는 깊은 감정의 교류와 이해, 감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면 내가 어느 정도 통제력을 가지고 상대와 거리를 둘 필요는 있다. 내가 뭔가 불편하거나 내키지 않는 것을 곤란해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가 건강한 관계라는 점을 잊지 말자.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 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