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hare with your friends
care

부인이 저에게 ‘문제 해결을 해달라는 게 아니라 공감을 해달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공감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대화법 책이랑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니 ‘그랬구나, 네가 정말 화가 났구나’ 이렇게 공감을 하면 된대서 그대로 말하며 공감했더니 부인이 ‘어디서 AI 같은 영혼 없는 반응을 배워왔냐’며 버럭 짜증을 내더라고요. 대체 어떻게 하는 게 공감인가요? 부인이 회사 팀장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 전 하나도 공감도 안 되고, 이해도 안 가거든요. 저는 그냥 부인이 말하는 상황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서 도움이 되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건데 말이죠. 그렇다고 과장된 반응을 보이면서 국어책 지문처럼 ‘당신이 정말 힘들구나’라고 말하자니 너무 가식 같고, 외국 영화 성우들이 말하는 것처럼 어색해요. 대체 공감을 어떻게 하는 건가요?

공감에 대한 편견

공감과 관련한 여러 편견이 있다. 그중 하나가, ‘상대방이 힘든 얘기를 하면 무조건 편을 들어주며 감정적인 반응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감정적으로 반응을 보여줘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 때문에 평소에 감정 표현이 절제된 사람들은 더욱 공감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 그저 듣기 좋은 사탕 발림 말을 해주는 것은 공감이 아니라 껍데기뿐인 위로에 불과하다.

또, 집단주의 특색이 강한 문화권일수록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이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처럼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정적으로 호들갑스럽게 무조건 맞다고 해줘야 하는지, 혹은 고민해결사처럼 그럴싸한 해결책을 제시해줘야 할 것인지 등의 압박감들이 ‘진짜 공감’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인지적 공감의 필요성

상담실을 방문하는 분 중에 “저는 타고나길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다른 사람의 힘든 이야기, 슬픈 경험을 아무리 듣고 있어도 눈물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것은 공감 능력이라기보다는 정서적 감수성에 가깝다. 정서적 감수성, 민감도 등 감정 소통 능력 중 일부는 기질적으로 타고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공감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공감 능력은 충분히 기를 수 있다. 스스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감이잘되지 않는 이유가 상대방의 이야기가 ‘인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줄거리 개연성이 떨어지는 영화에는 쉽게 몰입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감 능력이라고 하면 대부분 감정적인 공감을 떠올리는데, 실제 공감 과정에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인지적인 공감이다. 줄거리를 잘 이해하고 납득이 되어야 영화에 감명받듯이, 상대방이이야기하는 상황과 마음을 구체적으로 이해를 해야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것이 가능하다.

상대방의 마음을 인지적으로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랬어? 내가 좀 더 이해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OO 상황이 왜 생긴 거야?”와 같이 ‘공격적으로 들리지 않게 유의하며’ 물으면 된다. 더 잘 이해하고자 질문을 하는 의도는 상대방에게도 느껴지고, 자신의 이야기에 누군가가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주는 자체로 위안이 될 때가 많다. 그리고 힘든 이야기를 하던 사람도 상황을 재정리하며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면, 그 후에는 느껴지는 마음을 그저 담담하게 전달하면 된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정말 답답하겠다”, “너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이제야 알겠네”와 같은 말로도 충분하다.

care

감정에 공감하는 것과 행동에 동의하는 것은 별개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감정과 행동이 얼마나 타당하고 적합했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말하는 사람의 감정은 말하는 사람이 결정한다.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듣는 사람이 판단해 줄 수 없다. 단지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 이해를 해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간혹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도무지 동조가 안 되는데 어떻게 감정에 공감해줍니까?’라고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의 행동을 유발하게 된 ‘감정까지만’ 이해를 하고, 상대방의 행동까지 무조건적으로 지지하지 않아도 된다. 감정의 타당성이 행동의 타당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담백한 공감을 위해서

글 도입부에서 소개한 사례에서 아마 아내는 남편의 ‘당신이 정말 힘들구나’와 같은 말 자체에 화를 낸 것은 아닐 테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한 것인지 아닌지를 말하는 사람은 알기 마련이다.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려 하지 않은 채 ‘덮어두고’ 공감 반응을 보인 남편의 말에 아내가 기분이 상했던 것은 아닐까? 기계적인 영혼 없는 멘트보다는 충분한 인지적 이해를 동반되는 것이 공감 기술의 핵심이다. 상대방의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은 마음, 대충 공감해주는 척하고 빨리 이 대화를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 상대방의 마음에 드는 말을 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 이것은 ‘공감하고자 하는 마음’이아니라 그저 내 입장에서의 욕구이자 내 마음일 뿐이다. 이런 나의 마음은 일단 뒤로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그리고 상대방의 상황에서는 그렇게 느낄 수 있었음을 이해해주자.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 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