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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적당한 거리: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 관계의 적당한 거리: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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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관계 문제로 고민을 한다. 그리고 관계 문제만큼 풀기 어려운 것이 없다. 가족과의 관계, 매일 대해야 하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관계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품고 있는 의문이 있다.

‘내가 마음을 바꾼다고 해도, 상대방은 변하지 않을 텐데. 내가 마음을 바꾸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같이 있고 싶지만, 또 같이 있으면 아픈 관계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저서에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우화가 있다.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들은 얼어 죽지 않기 위해 함께 끌어안고 있어 체온 덕분에 춥지 않다. 하지만 서로의 날카로운가시에 찔려 고통스럽다. 그래서 떨어졌다가 또 추워서 견딜 수가 없어 부둥켜안고, 그러다 상대의 가시가 주는 고통 때문에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혼자는 외롭고, 같이 있자니 힘들다. 서로를 간절하게 필요로 하면서도 가까운 관계에서 더 상처를 많이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관계에서 상처를 받으면 상대로부터 ‘거리두기’를 한다. 그런데 ‘상처받지 않기 위한 거리두기’를 하려다 보니 그 관계 자체를 피해버리는 ‘회피’와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적정한 거리를 둔다는 것은 회피하는 것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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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호해주는 자기 경계

사람은 각자 ‘자기 경계’를 가지고 있다. 자기 경계란, 나를 드러내고 보호하는 울타리이자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통로다. 자기 경계가 있기에 나와 타인이 완전히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구분할 수 있고 내 심리적 영역을 침범하는 사람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그런데 자기 경계가 희미해지면 두 가지 경우가 발생한다.

첫째, 상대와 나를 구분하기가 어려워 상대의 의견이나 비판에 쉽게 휩쓸리게 된다. 평소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 잘못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고,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줘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끼는 등 상대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편이라면 자기 경계가 희미한 것이다.

둘째, 앞선 경우와는 역으로, 자기 경계가 희미해서 나와 똑같은 생각, 취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남에게 강요하거나, 상대의 삶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등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려고 하는 경우다.

한편, 자기 경계가 희미한 경우와는 다르게 경계가 과도하게 경직된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못하고 자기주장만 내세운다. 이처럼 사람마다 자기 경계의 유형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에게 기대하는 바도 다르고 상처를 받는 정도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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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거리두기, ‘회피’ 아닌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

그렇다면 상대와 관계를 단절하지 않으면서도 불필요한 상처를 받지 않을 정도의 거리는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건강한 거리두기의 핵심은, 상대를 방어적으로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 욕구를 표현하는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어디까지 상대의 뜻을 수용할지 정하는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직장인이 상담실에 찾아왔다. 그 직장인은 부모님으로부터 ‘내가 너를 이만큼 지원해주고 있으니 내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부채 의식을 계속 느껴왔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하게 거리를 두고 싶다면, ‘부모로부터 누릴 것이 많은 자녀’에서 ‘함께 사는 하우스메이트’로 역할 모델을 바꾸고 자신도 부모에게 무언가를 해줘야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집안일 일부를 맡아 하는 등의 역할을 설정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를 바꾸거나 통제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아버지, 제 인생이니까 제가 알아서 할게요. 뭐라고 강요하지 마세요’라고 하기보다는,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신 부분은 고맙지만 정서적으로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다.

물론 모든 관계에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특히 사회적 관계, 친밀감에 기반하지 않은 관계에서는 표현이 조심스럽기 때문에 대상과 상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계에서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기보다는 그저 내 상황에 대해 드러내면 된다. 나의 사생활에 대해 과도하게 구체적으로 묻는 직장 동료에게 ‘제가 지금 말할 준비가 안 된 듯해요.’ 등과 같이 입장을 말하면 좋다.

결국 현명한 관계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나 사이의 경계를 구분하고, 어디까지가 자신의 욕구인지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의 욕구를 인식한 후에는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 서로의 가시에 찔려 아픈 고슴도치들은 온기를 유지하지만 아프지 않을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거나, 가시가 없는 얼굴을 서로 맞대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관계에서 어떤 방법이 아프지 않으면서 따뜻해질 수 있을지 시행착오를 통해 찾아야 한다.

Profile

최은영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기업과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마음으로 다가가는 기업정신건강 힐링멘토.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고 그 직후에는 심리진단, 평가 영역에서 경력을 쌓았다.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업무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로 기업 내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현장에서 발로 뛰어왔다. 다수 대기업,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에서 상담, 위기 개입, 교육을 진행했고, 근로자를 위한 정신건강 관련 글을썼다.
현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전임상담사로, ‘CIM Care Program’에 참 여해 삼정KPMG 구성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및 마음 치유를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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