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정말 나의 길이 맞는지, 이 회사에 있는 것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 정답을 알 길도 없고 그저 답답하다.
살다 보면 수도 없이 많은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 이게 정말 스트레스다. 사소하지만 어떤 결정을 하는 데는 에너지가 든다. 오늘 점심은 뭘 먹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사소하지만 고민이다. 세상이 발전하고 복잡해지면 이런 고민은 더 많아진다. 사소한 선택이야 그렇다고 넘길 수 있지만 정말 큰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많다.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단의 순간, 대학, 취업, 평생의 반려자를 선택하는 일,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나는 그런 고민 앞에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떤 다큐멘터리 프로를 보는데 참 감동적이었다. 우린 유야무야 지나가지만, 부족들을 보면 대개 성인식을 거창하게 한다. 주로 용맹성을 테스트한다. 번지점프를 시키기도 하고 무시무시하게 코를 뚫고 코걸이를 하는 부족도 있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사냥도 나가고 싸움터에도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본 이 인디언 부족의 성인식은 정말 독특했다. 성인이 된 아이들을 옥수수밭으로 데리고 간다. 옥수수밭 앞에 쭉 늘어선 아이들은 신호에 따라 한꺼번에 옥수수밭으로 들어가게 된다. 길고 긴 옥수수밭의 한쪽 끝에서 들어가 다른 쪽 끝으로 나온다. 이게 성인식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여기서 숙제가 주어진다. 자신의 길을 가는 동안 가장 크고 잘 여문 옥수수 하나를 골라 오는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한번 지나간 길은 다시 돌아 갈 수 없다. 하나의 옥수수를 선택하면 끝, 바로 밭을 나와야 한다. 바꿀 수는 없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지혜로운 성인식, 참 현명한 체험식 교육이었다.
처음 큰 옥수수를 만나면 고민해야 한다. 이게 가장 큰 걸까? 아니 뒤에 있을지도 몰라. 혹 뒤로 갔다가 이만한 옥수수가 없으면 어쩌나? 마치 배우자를 고를 때 사람들이 고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도대체 나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인가? 정말 고민이 될 거다.
대부분 사람들은 밭을 나와서 후회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옆 사람을 보니 나보다 더 큰 것을 따서 나온 게 아닌가? ‘내 이럴 줄 알았어. 이걸 안 따는 건데, 줄을 잘못 서 가지고, 부모를 잘못 만나서, 좋은 학교를 못 나와서….’
후회에는 꼭 자책과 원망이 따르는 법이다. 반성하는 것까지는 좋다. 내가 정보가 부족했구나, 좀 더 신중한 결정이 필요했는데 너무 서둘렀구나, 이런 반성은 다음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후회하고 자책하고 원망할 필요는 없다. 그건 다음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연 내가 딴 옥수수가 이 밭에서 가장 클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안타깝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일까? 결코 아니다. 내가 한 선택이 ‘최고의 선택’일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당연히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어떠한 결정도 완벽할 수는 없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 때 우리가 가진 지식과 정보와 경험을 총동원해서 결단을 한다. 비록 그것이 최고의 선택은 아닐지 몰라도 최선의 선택이다.
이제 후회하고 자책하고 원망해도 의미가 없다. 내가 한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받아들이고, 그 최선의 선택을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건강한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