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3 [내일신문]

[김진귀의 ESG경영]

삼정KPMG 김진귀 전무이사(ESG 정보공시/인증 리더)

 

최근 ESG 2.0 시대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ESG경영의 전략수립단계를 지나 실천·확장하고, 수동적 대응을 넘어 기회창출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추어 국내에서는 2021년부터 ESG전담부서 설립 붐이 일고 있다. 2021년 기준 2조원 이상 상장사 중 약 57%가 ESG전담부서를 두고 있고, 27%는 임시TF를 운영하며, 16%만이 별도 대응조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ESG전담부서는 조직내 ESG 경영의 인식제고부터 기획·보고·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초기 ESG경영 도입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러나 최근 2.0시대를 맞이하면서 실무자들은 조직 관점에서 많은 어려움과 한계점을 토로한다. 대표적으로 현업부서들이 ESG업무를 ESG전담부서만의 업무로 인식하거나, 단순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협조업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 ESG 업무는 회사 내규 등에 공식적으로 등재되어 있지 않으며, 이로 인해 책임관계도 모호하다. 또한 각 현업부서로부터 ESG 과제가 기획되지 못하고, ESG 전담부서에서 제안된 업무도 오히려 현업부서의 반발로 추진력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회사 내규 등에 공식 업무로 정의할 필요

지속가능 보고의 예를 들어보자. 최근 투자자들은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해서도 재무정보 수준의 신뢰성과 공시일정 단축을 요구한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공개초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관련 공시 강화 법안 등이 발표되며 표준화와 규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체계적인 전사 보고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에서 지속가능보고는 ESG전담부서의 업무로 이해되고 있다. 특히 ESG 리스크 및 재무적 영향 계량화가 확대되면서 책임 있는 정보를 산출해야 하는데, 재무부서는 ESG 전담부서나 TF의 업무로 이해한다. 사실 잘못된 정보가 공시되었을 때 어느 담당자와 부서의 책임인지조차도 불명확한 상황이다.

친환경 제품의 경우 ESG전담부서의 요구로 사후적으로 친환경성을 검토하고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거나, 개발·출시 단계에서 각 현업부서가 환경 관점에서 검토하더라도 수익성·생산관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ESG전담부서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각 현업부서의 공감대와 조직 핵심성과지표(KPI)가 따라주지 않는 경우에는 지속가능한 성과 창출이 어렵다.

공급망 ESG관리는 어떨까? 현장에서 보여주기식 협력사 ESG 점검만 하고 실질적인 ESG지원은 없는 경우가 많다. 점검을 위한 체크리스트는 각 현업부서의 참여 부족으로 일반적인 내용으로 구성되고, 실제 수행하는 구매·품질관리팀에서는 본인들의 업무로 생각하지 않는다. 개선권고 및 피드백 계획 입수는 다분히 형식적이며, 평가를 위한 평가로 협력사의 불만은 가중된다. 결과적으로 ESG 리스크는 그대로인데 생산성 저하만 불러오는 의미 없는 활동이 되고 만다.

금융권의 투자포트폴리오 ESG 리스크 관리는 실제 리스크관리부서의 주도적인 참여없이 리스크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직도 리스크관리부서에서는 인식부족, 감독기관의 가이드 부재,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거나, ESG전담부서의 상세한 업무요건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국제적으로 더욱 민감해진 인권의 경우, 해외 마케팅부서에서 관련 행사를 기획하더라도 한국 본사가 국제적 사회이슈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나머지 반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국적 정서에만 기반한 다양성 정책은 기업의 국제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좋은 마케팅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될 수 있다.

ESG, 현업부서의 일상업무로 스며들어야

ESG1.0시대에 톱 매니지먼트(Top management) 주도의 ESG경영 선언과 전담부서는 출발의 큰 동력이 되었다. 이제 ESG2.0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ESG가 전담부서만의 업무가 아닌 각 현업부서의 일상업무(Business as Usual)로 스며들어야 한다.

특히 부서별 ESG경영 관련 상세한 역할과 책임 정의가 시급하다. 이를 통해 실질적이고 현실성 있는 추진계획이 수립되어야 지속가능한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