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5. 2 [한국경제] 

삼정KPMG CFO Lounge

[한경CFO Insight]

김진원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전무

PEF, 코로나19 거치며 펀드 수와 출자약정액 증가세

OB맥주, 하림, 잡코리아, 버거킹, 맘스터치, 롯데카드, 바디프렌즈, 투썸플레이스, 공차, 대성산업가스, W컨셉, 휴젤, 지오영.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기관전용 사모펀드(PEF)가 인수해 기업 외형과 내실을 키우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다. PEF는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사냥꾼'이라고 비난을 받아왔지만, 최근 들어 자본력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곤경에 처한 기업들을 인수해 기업 전략을 재정비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어 조력자이자 구원투수로 변모 중이다. 2005년 국내 도입 시 2개 펀드, 출자약정액 0.4조원에 불과했던 PEF는 2021년 말 기준 펀드 수 1055개, 출자약정액 115.5 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산업계와 자본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주요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인수합병(M&A) 시장에서 PEF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M&A 시장이 2021년 상당부분 회복되는 과정에서 PEF가 주도한 국내 M&A 거래액 비중은 33.2%에 달한다. 2019년(20.5%), 2020년(28.7%)에 비해 오름세로, 2021년은 저금리 기조와 시중 유동성, 경기 불확실성이나 실사 어려움으로 억눌려 있던 M&A 수요가 확대됐고 이와 더불어 모험자본으로서 PEF가 두각을 나타냈다.

PEF,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 출자자-피투자사(기업)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며 자리매김

PEF의 성장을 가져온 동인은 무엇일까?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대체투자에 관심을 갖고 출자를 늘린 것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또한 전반적인 저금리, 주식·부동산 등 자산 수익률 감소와 함께 운용 경험이 쌓인 사모펀드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PEF는 기업 경영권을 확보해 볼트온, 경영 효율화, 외부 인재 영입, 해외 진출 등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치고, 지배구조 개편 등 근본적으로 기업의 체질을 변화시킨다는 강점이 있다. 이러한 PEF의 기업가치 제고 역량에 힘입어 국내외 연기금 등 출자자에게 높은 수익을 제공함으로써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가 PEF에 대한 출자를 늘리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신성장 동력 확보나 기업 사업 재편을 위해 PEF와 같은 플레이어와의 협력이 중요시된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존 사업을 재편하거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6년 경영난에 봉착한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공작기계를 약 1조 1300억 원에 MBK파트너스에 매각하여 경영난을 해소했다. MBK파트너스는 인수한 두산공작기계의 기업 체질 개선에 집중하여 북미 최대 네트워크를 보유한 딜러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고, 4년간 신규 생산모델 71개를 도입했다. 이어 직원 수 역시 2016년 1252명에서 2021년 1309명으로 늘리면서 자동차 정밀화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22년 MBK파트너스는 두산공작기계를 2조 4000억원에 디티알오토모티브에 매각하는 성과를 이루며 투자 회수에도 성공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PEF는 국내 기업 혁신성장과 산업 구조 재편 주도 전망

코로나19로 경제사회적 패러다임이 변화된 상황에서 향후 국내 PEF는 기업 혁신과 산업 구조 개편 등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2021년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PEF에 적용되던 경영참여 목적의 지분투자(10%룰) 의무가 폐지되고 투자 영역 제한이 대부분 사라졌다. 이에 PEF는 기존 경영참여 목적의 투자 외 소수 지분 인수, 대출, 구조화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대상에 보다 창의롭고 자율적인 투자 전략으로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및 사업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M&A 매물 측면에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과 한계기업의 증가, 산업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로 인한 기업 사업구조 재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산업 구조조정 필요성이 높은 상황에서 부실 기업·채권에 대한 투자와 구조조정 자문 등 시장중심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거나 기업 정상화 과정에서 사모대출/사모신용 등의 수요 확대도 예상된다. 또한 코로나 19 이후 디지털/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을 지향하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여 대기업 등이 미래성장동력을 위해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다양한 사업부문이 매물화되거나 지분 투자를 통한 신성장기업 투자도 확대될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도 PEF 등 대체투자에 대한 수요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서 연기금과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는 수익률 제고를 위해 대체투자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릴 유인이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한국경제신문이 2020년 10월 실시한 국내 기관투자자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사모대출(Private Debt)(64.7%), 사모주식(41.2%), 인프라(35.3%), 부동산(17.6%) 순으로 대체투자 자산군의 투자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PEF 운용사, 새로운 투자 지평 속 기회 모색과 차별화 역량 확보해야

코로나19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주요국가의 긴축정책 본격화로 자금조달 여건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중장기적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해 운용사 선정 시 ESG와 같이 깐깐한 잣대를 제시하고, 출자자 범위의 제한이나 한정된 출자자 풀로 인해 투자자 모집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에 드라이 파우더(미소진자금)가 풍부한 만큼 딜 소싱과 현재 보유 매물의 투자금 회수에 대한 고민도 높은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와 변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투자 지평 앞에서 국내 PEF가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변화는 곧 기회'라는 인식에서 성장을 모색하며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규제와 산업, 투자 환경의 변화를 도약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업력과 산업 전문성을 갖춘 PEF는 투자 방식의 다양화를 모색하며, 다양한 산업과 영역에 자유롭고 유연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했다. 글로벌 PEF의 발전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만큼, 아시아 등지에서 대기업 등과의 협업 등을 통해 투자 지역 확장도 검토할 수 있다. 둘째, 성장의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부동산이나 물류센터와 같은 실물투자, 인프라, 크레딧, 메자닌 등 투자 영역이 파괴되면서 다양한 투자 영역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발휘하거나 세분화하며 성장 기회를 잡을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실사(Due Diligence) 강화를 통한 PEF별 차별화가 요구된다. 다양한 기회와 선택지가 주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다. 각 PEF는 투자 결정시 투자 테마와 목적에 맞는지, 감당하고 극복할 위험 수준인지, 투자기간 내 실현가능한 기업 가치 제고 기회가 있는지에 대해 투자 철학과 원칙에 따라 정확히 분석하여 차별화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