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8 [내일신문]

[김진귀의 ESG 경영]

삼정KPMG 김진귀 전무이사(ESG 정보공시/인증 리더) 

최근 해외에서는 ESG 관련 법규들이 쏟아진다. 각종 이니셔티브 중심에서 이제 확실히 현실 정책과 규제로 정착되고 있다. 이러한 법규들은 국내기업과 정부 정책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 파급력을 고려할 때 많은 기업이 아직도 특정 업종이나 일부 부서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점은 우려된다. 올해 우리가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4개의 법규를 살펴보고자 한다.

탄소국경세 등은 단기간내 대응 쉽지 않아

첫째, 유럽연합 택소노미(EU Taxonomy)와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은 강화된 ESG 공시 규제다. EU 택소노미에 따른 주요 핵심성과지표(KPIs, 매출액 자본적지출 운영경비 중 EU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비율)를 매년 공시해야 한다. 이는 2023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적용돼 EU의 국내 현지법인 중 상당수가 영향권에 있지만 현지법인에는 별도 대응조직도 없는 상황이다.

둘째, 최근 개정안이 발표되고 6월 최종합의가 예상되는 EU의 탄소조정국경세(CBAM)다. 주요 개정내용은 탄소세 부과시점 단축(2025년), 적용 품목 및 내재배출량 범위 확대, 무상할당 폐지 시점 단축(2029년) 등이다.

우리나라의 EU 수출액 중 CBAM 개정안 범위에 속하는 7가지 품목 비중은 15% 정도로 알려졌는데, 해당 기업들의 탄소세 부담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다. 기업들은 전환기(2024년까지) 동안 탄소배출 관리·측정·배부 프로세스 재정비, 탄소배출 감축시설 투자 확대 등의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최근 개정안이 공개된 EU의 기업지속가능성실사법(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이다. 이는 EU내 기업의 공급망 인권침해와 환경훼손 방지를 목적으로 실사를 의무화한 것으로 실사시행 모니터링 정보공시 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전략까지 포함된 폭넓은 규제다. 대상은 역내 일정규모 이상의 그룹1, 그룹2에 한정되고 중소기업은 제외되었으나, EU 기업과 거래하는 역외기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법안 확정 및 적용까지는 2~3년이 예상되나, 규제 내용이 워낙 광범위하고 의무 이행 강제수단으로 행정제재·민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어서 기업 경영에 큰 불확실성이 되고 있다. 특히 밸류체인이 글로벌화된 국내기업들의 특성상 개별 기업 차원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미국의 기후위험 관련 공시 법안

마지막으로, 21일 공개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공시 관련 법안(The Enhancement and Standardization of Climate-Related Disclosures for Investors)이다. 확정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나 가장 체계적인 기후위험 공시 관련 법안이면서 자본시장의 중심인 미국에서 적용된다는 면에서 우리를 포함한 각국의 감독기관들에게 미치는 정책적인 영향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에는 다음과 같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와 온실가스 프로토콜을 통합하고 재무영향과 온실가스 배출량의 계량화된 공시 및 인증범위 등을 구체화했다.

①기후위험과 해당 위험이 사업모델과 전망에 미치는 영향 ②기후위험에 대한 기업의 거버넌스 및 위험 관리 절차 ③재무제표 계량분석 - 기후위험 관련 재무 영향분석 및 발생된 자본적 지출 및 비용 등(재무제표 주석 공시를 통해 회계감사 및 재무보고내부통제 대상에 포함) ④온실가스 배출량 - Scope1(직접배출), Scope2(에너지 사용에 의한 간접배출) 외부검증 및 특정한 경우 Scope3(가치사슬 전반에 의한 배출) 공시, 측정절차에 대한 내부통제 포함.

다행히 Scope3는 중대한 경우 또는 명시적 감축목표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시나리오분석 및 Scope3 공시에 대한 세이프하버 규정 적용 등 일부 완화된 부분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경영진의 책임 있는 공시가 요구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록서류 및 연차보고서에 공시를 요구함으로써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예상된다.(법안에 반대한 위원의 성명서 'We are Not the Securities and Environment Commission - At Least Not Yet' 일독 추천)

최근 쏟아지는 해외의 ESG 관련 법안들을 보면서, 비교 분석할 국내 정책과 법규는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쉽다. ESG 정책 속도조절론에 공감하지만 이는 너무 뒤쳐지지 않는 것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국내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