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5 [한국경제]

삼정KPMG CFO Lounge

[한경CFO Insight]

김이동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부대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충격의 깊이와 폭은 기업과 산업마다 다르겠지만, 예기치 못한 팬데믹으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한 것은 공통적이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인수합병(M&A)와 금융 투자 시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적지 않은 기업이 유망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하거나 인수하는 등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IC Insights)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선 사상 최대치인 1180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진행됐다. 올해 들어서도 아마존은 5월 84억 5000만달러를 들여 100년 역사의 미국 영화 스튜디오 MGM을 사들였다. 국내 기업 네이버는 지난 1월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를 인수했고, 카카오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Tapas)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Radish)를 삼켰다. SK그룹은 기존 통신 사업 중심인 SK텔레콤을 분할해 반도체·ICT 등 비통신 사업 중심의 투자전문회사 SKT신설투자를 출범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외적 성장(Inorganic growth)에 힘을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빠르게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고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과거의 성장 전략과 연구개발(R&D)만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기업들은 기업 외부로 눈을 돌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대다수 기업은 특정 임계점에 도달하면 성장 정체기를 맞거나 역성장 국면에 진입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현 상황에 머무르게 하는 조직의 루틴, 경로 의존성 등 변화 관리와 관련이 있다. 성장통을 겪는 기업에게 신사업 분야를 발굴해 전략적으로 투자하거나 유망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기업에 새로운 DNA를 이식할 경우 기업이 기존에 보유한 다양한 역량을 새롭게 조합해 혁신을 창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하는 걸까.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 해당 사업 모델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마치 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과 같다. 기술은 사업 모델처럼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이나 조직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먼저 사업 범위가 겹치거나 기술적으로 인접한 분야를 탐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리 유망한 기술이나 사업 분야라 하더라도 기업이 해당 분야를 흡수할 역량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모든 투자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모험적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기업의 장기적 사업 전략과 기술 로드맵에 따라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투자할 때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일례로 BMW는 모기업 산하의 벤처투자 전문조직(CVC·기업형 벤처캐피털)인 BMW 아이벤처스(iVentures)를 활용해 2013년부터 3D프린팅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 BMW 아이벤처스는 카본3D(Carbon3D), 데스크탑 메탈(Desktop Metal), 조메트리(Xometry)와 같은 3D프링팅 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했다. 투자 경험을 통해 확보한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한 곳에 모아 작년 6월에는 독일 뮌헨에 적층 제조 캠퍼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BMW는 현재 약 50여 대의 3D 프린팅 장비를 활용해 시제품 제작과 연속 부품 생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D 프린팅 기술로 자동차 제조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더 경제적인 제조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는 BMW가 초기 단계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협력해 궁극적으로 관련 기술적 역량을 모기업 내부로 내재화시킨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의 저서 '축적의 길'에선 산업의 성장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로켓에 비유한다. 인공위성을 충분한 높이의 궤도로 쏘아 올리기 위해서는 1단 엔진이 필요하고, 일정 고도에 도달하면 2단 엔진을 가동한다. 적합한 타이밍에 1단 엔진을 분리해내지 못한다면 인공위성은 지구 중력에 이끌려 낙하된다.

이는 기업 경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새로운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M&A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기업이 더 높게 비상하기 위한 2단 로켓 엔진과 같다.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교체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