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8 [한국경제]

삼정KPMG CFO Lounge

[한경CFO Insight]

변영훈 삼정KPMG 제조산업본부장(부대표)

 

지난해 엑손모빌이 92년 만에 다우지수에서 퇴장하면서 다우지수에 석유 기업은 쉐브론 한 곳만 남았다. 반면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주도해온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 에넬(Enel), 이베르드롤라(Iberdrola)는 메이저 석유 기업과 비슷한 시장가치를 달성하면서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2020년 에너지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유일하게 재생에너지 수요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 태양광이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태양광을 전력 부문의 '뉴 킹'(New King)이라고 칭했다. 예전부터 지속돼온 태양광에 대한 논의가 최근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태양광의 현실성이 ‘가격’과 ‘정책’이라는 양쪽 축에서 모두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간 재생에너지 균등화발전비용(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LCOE)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균등화발전비용이란 설비투자비부터 운전 유지비, 연료비, 정책비용 등 발전에 드는 모든 비용을 감안한 실질적인 비교 지표다. 2019년 태양광의 LCOE가 2010년 대비 약 82%나 떨어져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각국의 정책 드라이브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독일, 스페인과 같은 유럽 국가들과 일본은 보조금 정책인 발전차액제도(Feed In Tariff, FIT)가 발달해왔고, 미국은 신재생공급의무화제도(Renewable Portfolio Standard, RPS)를 중심으로 태양광이 발달해왔다. 올들어선 친환경이 글로벌 화두로 더욱 부각되면서 태양광에 대한 다양하고 강력한 정책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국가별 시장동향을 살펴보면, 선두주자인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설비용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태양광 시장은 코로나19로 지난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큰 내수와 강력한 정부 정책으로 오히려 날개를 달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월부터 신규 건설주택에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가정용 태양광 발전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네바다주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을 선언했고,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주가 13곳에 달한다.

일본의 태양광 시장은 이제 보조금을 통한 확산을 넘어 자율경쟁으로 돌입하고 있고, 독일을 포함한 유럽과 기타지역들도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태양광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각 국 태양광 정책이 장기적으로 방향성이 명확하고, 체계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밸류체인별로 어떤 기회와 위협 요인이 있을까. 태양광 산업의 밸류체인은 업스트림, 미드스트림, 다운스트림의 3단계로 구성된다. 업스트림은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이를 녹여 하나의 결정체인 잉곳, 웨이퍼와 같은 소재 및 부품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태양전지와 모듈을 생산하는 산업은 미드스트림으로 분류한다. 발전시스템을 구축하고 전기를 판매하는 것은 다운스트림 단계다.

정보기술(IT) 산업에서 반도체만큼 중요한 원료인 폴리실리콘 부문은 지난 몇 년간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과잉 상태였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공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 잇따라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철수했다. 원료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하락하면서 잉곳, 웨이퍼의 채산성도 중국에 밀리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 뿐만 아니라 기술개발을 통해 잉곳과 웨이퍼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각각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상반기 유일하게 전 년 동기 대비 수출이 증가한 태양전지는 대미 수출이 확대되는 추세다. 가정용 태양광 설비 수요가 이를 이끌고 있다. 가정용 태양광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다. 국내 기업들은 고효율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상용화에 앞장서는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모듈 부문은 다른 태양광 밸류체인에 비해 수출국 다각화가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산 모듈에 부과되는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태양전지, 모듈과 같은 부품 생산기업을 넘어 재생에너지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으로 해외 태양광 발전소 EPC(설계·조달·시공) 비즈니스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발전소를 짓는 것 뿐 아니라 관리 및 운영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발전한 태양광 전력을 전력시장이 자유화된 해외에 판매도 한다.

기업들이 해외 태양광 다운스트림 비즈니스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해외 시장은 발전 원가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전력 판매가 자유화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 주, 독일 등과 같이 전력 시장이 자유화된 국가에선 소비자가 직접 발전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고, 태양광 발전사업자들은 다양한 요금제를 개발할 수 있다.

중국은 현재 자국 기업에게 독자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하며 해외 기업에겐 진출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기술의 차별화를 부각시킬 수 있는 고효율 태양전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발전 프로젝트 및 운영 및 관리(O&M) 시스템 판매에서 기회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 미드스트림에서는 차세대 기술이 접목된 고품질 태양전지 생산에 집중하고, 다운스트림의 경우 단순 EPC에서 탈피하여 설비 리스 및 매각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 전력 판매까지 다운스트림 전 영역을 아우르는 비즈니스에서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탄소중립을 향한 정책적 드라이브와 함께 기업들의 ESG 경영이 급부상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그린'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으로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ESG 시대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